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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한 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을 때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신음이자 누군가를 부르는 애원이었다. 그림자가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지를 결박당해 몸을 뒤척이거나 팔을 들어 올리진 못했다. 가슴이 들썩이고 발가락이 움직일 듯 흔들렸다. 팔에 힘을 주는 듯 바르르 떨렸지만 그뿐이었다. 그림자는 다시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드러난 팔목이 떨리며 손가락이 구부려졌다. 후덥지근한 숨을 뱉은 그림자는 팽팽하게 당겨있던 공기가 뚝 끊기자 결박하던 끈이 풀린 듯 일어났다. 침대에 앉아 얼굴을 감싼 그림자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소리를 냈는데 뭉개져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소리를 낼수록 간헐적으로 그림자의 어깨나 등이 움찔거렸다. 그 몸짓이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하는 움직임 같았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암막 커튼 걷자 빛이 어둠을 걷어냈다. 직사각형으로 된 공간이었다. 매트리스 침대와 옆에 놓인 탁상, 침대와 마주 보고 있는 미니 냉장고와 큰 옷장이 창문 쪽에 몰려있었다. 창문 맞은편에는 유리문 하나가 있었고 유리문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미닫이문, 오른쪽에는 철제문에 비밀번호가 달려있었다. 문 크기를 생각해도 공간이 제법 됐지만 아무것도 놓이지 않아 공허했다.
그림자가 유리문을 열었다. 세면대와 양변기 그리고 간단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뚜껑이 열려있는 변기에 소변을 배출하며 눈을 깜빡였다. 오늘이야.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오늘. 그림자가 손을 씻으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광기와 증오로 들끓는 눈동자였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알지? 샤워기를 틀자 그림자가 물에 씻겨 조금씩 흘러내렸다. 목소리가 물소리처럼 뚝뚝 떨어졌다. 거울에 생긴 수증기를 닦아내자 거울에 비친 몸에는 흉터와 화상 자국이 가득했다. 얼굴은 살이 빠져 광대가 도드라졌고 눈 밑은 새카맸다. 입술은 갈라져 피가 굳어있었다. 남자가 흉터를 하나씩 훑었다. 만질수록 남자의 입술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그래. 오늘이지. 핏방울이 세면대 위로 떨어졌다. 남자가 귀가 따갑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어요. 약 바르면 되잖아요. 잔소리는 그만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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